채권 지금 팔아야 할까? 고금리 시대 장기채권과 자산배분 포트폴리오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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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지금 팔아야 할까? 고금리 시대 장기채권과 자산배분 포트폴리오 전략

"포트폴리오에 들어있는 채권이 계속 마이너스입니다. 금리가 오르면 장기채 가격은 떨어진다는데, 지금이라도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해야 되는 것 아닌가요?"

최근 든든 고객분들께 가장 자주 받는 질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최근 몇 년간의 성과 부진만 보고 채권을 포트폴리오에서 완전히 걷어낼 필요는 없습니다. 장기채권은 지금도 여전히 자산배분 포트폴리오를 지키는 핵심 보험 역할을 하고 있고, 그 근거는 150년 치 금융 데이터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2022년 이후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하락하는 이례적인 상황을 겪으면서, 많은 투자자분들이 "이제 채권 투자는 끝난 게 아닌가", "고금리·고인플레 시대에는 채권이 무용지물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느끼고 계십니다. 뉴스나 유튜브에서도 연일 뉴노멀 시대를 이야기하며, 과거의 투자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데이터와 역사가 말해주는 이야기는 우리가 듣던 소문과는 조금 다릅니다.

주식과 채권, 정말 반대로만 움직일까?

주식과 채권은 반대로 움직인다는 이야기,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주식이 떨어지면 채권이 오르고, 주식이 오르면 채권이 떨어진다는 식의 상식입니다. 그런데 지난 150년간의 금융 역사를 통계로 짚어보면, 실제로는 정반대에 가깝습니다.

Molenaar 연구진이 2024년 Financial Analysts Journal에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지난 150년 간 주식과 채권이 같은 방향으로 함께 움직이는 '양의 상관관계'가 오히려 더 흔한 현상이었습니다.

주식채권 상관관계

숫자로 보면 더 명확합니다. 1970년부터 1999년까지 주식과 국채의 상관계수는 +0.35 수준이었습니다. 두 자산이 대체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뜻입니다. 반면 많은 분들에게 익숙한 2000년부터 2023년 사이의 -0.29라는 반대 방향의 움직임은, 역사 전체로 보면 오히려 드문 예외에 가까웠습니다.

여기서 진짜 중요한 부분이 나옵니다. AQR의 Asness, Villalon, Ilmanen이 2026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상관계수가 1보다 충분히 낮다면(0.2~0.3 수준), 여전히 탁월한 분산투자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입니다. 상관계수가 플러스라고 해서 분산 효과가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즉, 최근 몇 년간 채권과 주식이 함께 흔들렸다고 해서 자산배분이라는 투자 전략 자체가 무너진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방어막은 단독이 아닌 '조합': 국채 + 달러 + 금

그렇다면 주가가 폭락할 때 내 계좌는 어떻게 보호해야 할까요? 답은 장기채 하나가 아니라, 미국 국채와 달러, 금을 함께 묶은 조합에 있습니다.

시장이 흔들리는 원인은 매번 다릅니다. 경기 둔화 때문일 수도 있고, 인플레이션 때문일 수도, 갑작스러운 금융 위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원인에 따라 방어막 역할을 해내는 주인공도 매번 바뀝니다.

2020년 코로나19처럼 시장 전체가 공포에 휩싸이는 급락 국면에서는 장기국채(TLT)가 폭등하며 주가 하락을 강력하게 막아줍니다. 반대로 최근 몇 년처럼 물가와 금리가 함께 오르는 국면에서는 금과 달러가 상승하며 채권의 단기 손실을 메워주는 역할을 합니다.

  • 금융위기/코로나19 같은 급격한 시장 공포 국면: 장기국채(TLT)가 폭등하며 주가 하락을 강력하게 방어
  • 고인플레이션/금리 상승 국면: 금(Gold)과 달러(USD)가 상승하며 채권의 단기 손실 방어

문제는 어떤 악재가 언제, 어떤 형태로 터질지 아무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세 가지 방어 자산을 동시에 들고 가는 것이, 어떤 풍파가 와도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지켜내는 현실적인 비결이 됩니다.

오일쇼크급 인플레이션 시기, 자산배분은 통할까?

"그래도 물가가 10% 넘게 치솟고 금리가 급격히 오르던 1970년대 같은 시기엔 채권이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나요?"라고 되물으실 수 있습니다.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질문입니다.

실제로 1970년대 오일쇼크 당시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15%를 넘겼고, 주식과 국채가 동시에 크게 흔들렸습니다. 그런데 주식 50%, 금 20%, 장기채권 30%로 구성한 자산배분 포트폴리오를 1972년부터 1999년까지 놓고 과거 데이터로 검증해 보면, 시장의 극심한 혼란 속에서도 결국 우상향의 흐름을 그려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왜 고인플레이션 시기에도 우상향했을까?

물가가 폭등했던 1970년대에는 금이 폭발적으로 상승하며 계좌를 지켜냈습니다. 이후 물가가 잡히기 시작한 1980~1990년대에는 주식과 국채가 함께 오르며 포트폴리오를 끌어올렸습니다.

시장의 사이클이 바뀌고 시대의 주인공이 달라질 때마다 서로 다른 자산이 번갈아 방패와 창의 역할을 해준 셈입니다. 자산을 나누어 담았기 때문에, 각 시대의 주인공 자산이 그때그때 전체 계좌를 이끌어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장기채권을 계속 담아야 하는 진짜 이유

장기채권을 포트폴리오에 담는 이유는 단기적인 이자 수익이나 시세 차익 때문이 아닙니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주가가 크게 폭락하는 금융위기 상황에서, 포트폴리오 전체를 지켜주는 강력한 보험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남유럽 부도 위기,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당시를 떠올려 보시면 이해가 빠릅니다. 주식 시장이 20~40%씩 폭락하며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올 때, 미국 장기채권(TLT)은 20~40% 이상 급등하며 주식의 손실을 훌륭하게 메워주었습니다. 한쪽이 무너질 때 다른 한쪽이 버텨준 것입니다.

30년 장기채에서 10년 중기채로 바꾼다면?

혹시 "그럴 바엔 만기를 30년 장기채에서 10년 중기채로 바꾸는 게 낫지 않을까요?"라는 생각이 드실 수도 있습니다. 1972년부터 2026년까지 백테스팅한 결과를 보면, 채권 만기 구조를 바꾸더라도 연평균 수익률(CAGR)은 9.2%에서 10.1% 사이로 큰 차이 없이 유지되었습니다. 최근 수년간의 단기 수익률 하락만 보고 장기채 비중을 성급히 줄일 필요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물론 2022년처럼 금리가 급격히 오르는 특수한 국면에서는 장기채권도 단기적인 손실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미래의 인플레이션이나 경기 침체, 금리 방향을 완벽히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최근 몇 년간의 성과 부진만 보고 장기채권 비중을 없애버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정작 다음 경제 위기가 찾아오는 순간, 내 포트폴리오를 지켜줄 핵심 방패를 스스로 걷어차는 셈이 되어버립니다.

마음 편한 은퇴 준비를 위한 3가지 자산 관리 수칙

  1. 최근 2~3년의 성과로 장기 전략을 수정하지 마세요

장기국채는 단기 시세 차익이 아닌, 주가 대폭락 시 내 계좌의 원금을 지켜주는 '보험 자산'입니다. 보험금을 내는 동안에는 아깝게 느껴지지만, 사고(금융위기)가 났을 때 계좌를 살리는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1. 뉴 노멀(New Normal)이라는 언론의 공포에 흔들리지 마세요

"이제 자산배분은 끝났다"는 주장은 과거 악재가 터질 때마다 반복되어 왔습니다. 시장의 사이클과 인플레이션 향방을 완벽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예측에 의존한 마켓타이밍 매매는 실익이 없다는 것이 학계의 공통된 연구 결과입니다.

  1. 연금 계좌(연금저축·IRP) 내에서 자산배분 구조를 점검하세요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특정 자산 올인 투자는 위험합니다. 미국 주식 ETF, 미국 장기채 ETF, 금 ETF, 달러 관련 자산을 적절히 분산 배치하여 마음 편한 은퇴 준비를 이어가시기 바랍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특정 자산 하나에 모든 것을 거는 태도가 아니라, 국채와 달러, 금처럼 서로 다른 위험 특성을 지닌 자산들을 조화롭게 조합해, 어떤 시장 환경에서도 버틸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두는 것입니다.

지금 내 포트폴리오가 이런 구조로 짜여 있는지, 한 번쯤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내 포트폴리오를 점검해야 할 때

변동성이 심한 시장일수록, 오랜 역사로 검증된 체계적인 자산배분 전략이 내 자산을 지켜주는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줍니다. "채권을 지금이라도 팔아야 하나"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하기 전에, 내 포트폴리오가 어떤 위기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되어 있는지부터 확인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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